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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따라잡기

[기본에 충실한 마케팅] 제품력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가치'이다

혁신(innovation)과 마케팅(marketing)  
피터드러커는 기업은 시장을 창조해야 하고,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혁신(innovation)과 마케팅(marketing)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객들이 깨닫지 못한 욕구를 찾아내어 만족시켜야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해야 한다. 

혁신과 마케팅 모두 중요하지만 먼저를 따지자면 혁신이 우선이다. 제품력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 이타마르 시몬슨 교수는 "제품 자체의 사용가치가 중요해지는 절대가치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절대가치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입견 없는 진짜 가치를 말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소비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는 브랜드나 가격같은 부수족인 조건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바일, 소셜미디어 등으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진짜 가치인 절대가치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처럼 경쟁상품보다 조금 다른 우위를 가지거나 차별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광고나 유통의 힘만으로 승부를 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일부 마케터들의 공정하지 못한 활동도, 다른 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좋아보이게 하는 꼼수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이와 비슷한 주장을 아마존의 CEO 제프베조스도 하고 있다. 제프베조스는 "과거에는 만드는 데 30%의 힘을 쏟고 70%는 상품이 좋다고 떠드는 세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면 이제는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고객에게 사랑받을 만한 제품을 만들면 마케팅 비용의 한계 때문에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을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론 상품만 잘 만들면 잘 팔릴 것이다라는 접근도 위험하다. 기술적이든, 마케팅적이든 높은 혁신을 이루고도 실패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스마트폰과 유사한 제품이 1990년대 말에 출시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네트워크의 기술혁신이 동반되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없었을 것이다.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 시기적인 문제와 더불어 마케팅이 기여할 부분도 여전히 존재한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혁신을 이루고도 실제 성공을 거머쥐는 기업은 제한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만든 상품이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할 것인가가 아닌 시장이 관심있는 어떤 것을 세상에 내놓아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마케팅은 이제 제품 기획단계부터 어떤 차별점이 입소문을 낼 수 있는지, 어떤 매체를 통해 어떤 형태로 소문이 확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쉽게도 이 영역은 상품개발자들의 영역이 아니므로 마케팅이 개입되어 해결해야 한다.  

기술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기술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혁신기술로 무장한 제품도, 수만명의 소비자 조사를 통해 태어난 제품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변화하는 시장환경과 고객에 맞추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야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해야 한다. 

시장의 아주 작은 니즈까지도 충실하게 제품에 반영해 혁신을 이룬 사례로 일본의 베이비푸드 업체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저출산의 문제를 앉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육아관련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맞벌이부부가 증가하고, 하나 밖에 없는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려는 부모들의 마음때문이다. 이에 일본 식품업체들인 필수 영양소를 체내에 잘 흡수시키는 식품 가공기술과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는 중이다.

일본 영유아 식품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베이비푸드를 이용하는 연령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식을 먹는 아이가 10년전 12개월에서 현재는 15개월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유식을 지속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일본 식품기업들은 연령대가 높은 아이가 먹어도되는 상품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피죤(ピジョン)사의 다양한 야채가 포함된 이유식을 들 수 있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야채를 먹이고 싶으나 매번 준비하는게 번거로워 한다는 점에 착안해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야채이유식을 개발했다. 다양한 야채를 포함한 이유식이 31종으로 기존보다 2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대상연령도 16개월까지로 매출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모리나가유업((森永乳業)도 분유를 이용하는 연령대를 높여 대응하고 있다. ‘그로잉 업 밀크’라고 이름 붙인 분유는 한 살 반에서 4살까지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통상 9개월까지 권장되고 있는 이유식 대신 이 연령에 부족하기 쉬운 철분과 칼슘을 포함해 아이들의 아침과 간식용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베이비푸드 기업들의 제품 라인업 확장도 주목할만하다. 피죤(ピジョン)사의 데워먹는 파우치 형태와 더불어 도시락 형태도 있고, 여러 재료들을 동결건조해서 물만 부으면 되는 파우더 형태도 있다. 가루 분유를 소포장 한 스틱제품도 출시되었고, 20g 단위로 포장된 큐브 형태의 제품도 있다. 메이지(明治)사의 ‘라쿠라쿠 큐브’는 성형기술을 상용화하는데까지 7~8년이 걸린 상품이다. 베이비푸드에는 첨가물을 넣을 수 없는 제약사항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한 결과물인 것이다.

일본의 베이비푸드 업체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상품의 수명주기를 고려해서 연구개발(R&D)를 지속하고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기술혁신은 기술향상을 통해 새로운 제품(서비스)과 공정(프로세스)을 개발함으로써, 그 산출물을 고도화하고, 그에 따른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삶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가 창조되는 것이다. 

기술혁신은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이 많아지면 인력과 예산 등의 여유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성공적인 혁신 제품 개발과정을 통해서 기술혁신에 대한 통찰력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다시 기존 상품의 보완이나 기술개발 역량에 도움을 주게되고, 기술혁신 활동이 지속되면 성공가능성 또한 높아져 결국 지속적인 혁신성과 개선이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