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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모델

비즈니스모델과 아라빈드 안과 병원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1인창조기업, 소호(SOHO)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은 강의, 컨설팅, 저술활동 등 대부분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의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나의 업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정형화된 틀에 넣고 시스템화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문서비스인 병원이 맥도날드식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인창조기업이 자신의 업무를 시스템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은 고객 가치제안을 달성할 수 있는 활동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건 안되는거야', '그건 가능하지 않아'와 같이 기존 사고방식의 틀에 넣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 고객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고객이 저렴한 가격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면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 성공한 사례로 인도의 아라빈드 안과병원을 들 수 있습니다. 의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료서비스는 1인창조기업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가 한 명 한 명을 진찰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제공해야하므로 시스템 구축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맥도날드식 컨베이어 시스템 도입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이 사례를 강의, 컨설팅, 집필 등이 대다수인 1인창조기업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공평한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라는 취지로 시작된 병원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적십자와 같은 국제 구호 기구와 같은 느낌이 납니다. 그러나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이윤 없이는 가난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없다'라는 가치를 추가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면서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제공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외부 원조에 의존하지 않는 민간 병원으로서 60%의 환자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면서도 40%가 넘는 이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시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고도 이윤을 남기고 있는 것입니다. 

▲ 컨베이어 시스템

 '닥터브이(V)'로 불리던 벤카타스와미(Venkataswamy·2006년 작고)가 1976년에 설립한 아라빈드(Aravind) 안과병원은 가난한 사람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윤을 통해 가난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 표준화, 단순화, 전문화로 대변되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 했습니다.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기존에 한 사람의 의사가 다양한 진료를 하던 것에서 벗어나 접수, 시력검사, 안압검사, 혈압검사, 사전상담, 의사처방 등 모든 활동을 분업화했습니다. 최종 진단을 제외한 단순 반복 작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여성을 활용하고, 한명의 의사는 하나의 진찰과 치료만 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럴 경우 전문성이 생겨 서비스 속도가 빨라지고, 비숙련 의사들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수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명의 환자를 수술실에 두고, 한 명의 의사는 자신이 담당한 수술만을 처리하면서 이동합니다. 제품이 만들어기지 위해서 컨베이어가 돌아가듯이 의사들은 자신이 맞은 치료만을 하고 옆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의사가 이동해야 하는 동선과 수술준비에 필요한 시간 등을 최소화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됩니다.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의사가 한 명을 수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5분이 걸리지 않고 퇴원까지는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아라빈드 병원에서는 120여명의 의사들이 매일 73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850여명을 수술한다고 합니다.
 

▲ 아라빈드 안과병원

없이 비싼 인공수정체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백내장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아라빈드 병원은 렌즈 제조업체 오로랩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오로랩은 인도의 값싼 인력과, 대량 생산체제로 200~300달러에 달했던 인공수정체를 4~5달러까지 낮추어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항상 최상의 제품을 원하는 사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랩에서 만든 인공렌즈는 최상의 제품은 아니지만 시력을 잃어 가는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는 정도의 품질수준은 갖추고 있습니다.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이원적 가격정책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많은 돈을 받고 돈을 지불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무료로 치료를 해주는 것입니다. 한해 27만명의 환자 중 16만명은 사실상 무료로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의료서비스에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해 이윤도 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안과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강의, 컨설팅, 집필 등 시스템 도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1인창조기업이라면 아라빈드 안과병원을 참조해서 '내가 하는 일을 시스템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