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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모델

[비즈니스전략] 환경변화에 따라 사업을 재정의한 '마블 코믹스'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한 산업 내에서 당연히 받아들여 지고 있는 산업규범, 즉 고정관념을 깨고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전략적 혁신이라 한다. 전략적 혁신을 위한 방법에는 사업 재정의, 고객 재정의, 제품 재정의, 방법 재정의 등이 있다. 

사업 재정의(redefine the business)는 사업에 대해 전통적이거나 현재 가지고 있는 정의에 대해 도전해 봄으로써 기존의 고객, 경쟁자, 제공할 제품, 경쟁우위, 핵심성공요인, 게임의 방법 등을 달리하는 것이다. 사업 재정의로 기사회생한 기업으로 마블 코믹스와 후지필름 등이 있다. 마블 코믹스는 ‘만화책’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로 사업을 재정의 하면서 기사회생 하였으며, 후지필름은 필름재료로 사용되었던 콜라겐과 사진 변성을 막는 열화방지 기술 등을 활용하여 노화방지에 효과적인 화장품을 출시하였다. 후지필름 총매출액의 20%에 달하던 필름 부문은 현재 1%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과감한 구조조정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 개척한 의료·전자소재·화장품 분야는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고객 재정의(redefine the who)는 새로운 거대한 고객의 니즈가 등장할 때, 고객의 우선순위가 변할때에 시장세분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는 것이다. 고객을 새롭게 정의하면 사업, 제품, 운영방법 등이 모두 달라지게 된다. 대표적 기업으로 ‘쏘카’를 들 수 있다. 쏘카는 차량을 구입하고,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개인을 대상으로 10분단위로 차량을 빌려주는 기업이다. 고객이 희망하는 시간대에 스마트폰 등으로 예약한 후 배정된 차를 이용하면 된다. 차량을 렌탈해서 사용하기가 번거로운 개인고객으로 고객을 재정의 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제품 재정의(redefine the what)는 ‘고객에게 어떤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판매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제품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 즉 규범을 깨고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구글드라이브, 드롭박스 등이 대표적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한 사람이 여러개의  IT기기를 사용하면서 정보를 한 곳에서 편리하게 이용하였으면 하는 저장방식의 재정의에서 나온 서비스이다. 

방법 재정의(redefine the how)는 기술, 운송, 대금결제, 생산방식 등 자원과 능력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 들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현재 조직이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경쟁자와는 다른 새로운 제품 또는 사업방법을 창조하는 것으로 한국야쿠르트의 '콜드브루 by 바빈스키’가 대표적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사무실까지 배달해줌으로써 포화상태인 커피시장에서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는 합리적인 가격, 로스팅 후 10일이라는 짧은 유통기한, 세련된 패키지 등을 업고 주목받고 있다.

사업을 재정의 한 마블 코믹스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는 엑스맨, 헐크, 스파이터맨,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 맨 등 수많은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는 만화책 출판사다. 대부분의 마블 코믹스 캐릭터들은 마블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 속에 거주하면서 서로간에 시너지를 내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2012년에 개봉된 어벤져스(Avengers)는 아이언 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로키, 닉 퓨리가 함께 나오는 영화이다. 어벤져스처럼 마블 코믹스의 콘텐츠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나 힘을 합치거나 대결하는 구조를 가진다. 캐릭터의 신변에 중요한 일이 생기거나 평상시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와 배경이 함께 전개되는 구조이다. 한 캐릭터의 팬뿐아니라 여러 캐릭터들의 팬들이 함께 스토리를 경험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몇 십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마블 코믹스는 인터넷분야에 큰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기업 레진코믹스가 웹툰으로 만화시장의 혁신을 가져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블 코믹스는 웹툰 등 디지털콘텐츠보다는 지속적인 만화 캐릭터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5,000여개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스토리안에서 캐릭터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영화적인 소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만화책 시장이 도산위기에 몰렸을 때 마블 코믹스는 ‘지금까지 형성해 놓은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를 추종하는 수 많은 팬들’을 자신들의 역량이자 자산이라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만화책 회사들이 ‘만화책 출판’으로 역량을 한정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진것과는 대조적이다. 

종이 만화책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속에서도 마블 코믹스가 사랑받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블 코믹스는 기술발전에 따라 TV 프로그램, 비디오 게임, 의류, 액션 피규어, 영화, 마블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첫 시작은 스파이더맨 이었다. 소니사에 스파이더맨 판권을 판매하여 영화로 제작하고, 영화 캐릭터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다양한 캐릭터 상품판매와 비디오 게임 등을 판매해서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 나갔다. 2000년대 중반에는 마블 코믹스만의 영화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캡틴 아메리가, 아이언맨 시리즈, 토르 시리즈, 엑스맨  등을 제작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종이 만화책 시장이 축소되고, 웹이 이어 모바일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것처럼 환경변화로 인해 사업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는 다반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의 영광에 취해서 성공방식을 답습하거나, 머지 않아 화려한 시간이 다시 돌아올 거라 믿으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물론 기업이 갖고 있는 역량을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도 많이 있다. 그러나 마블 코믹스처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숨겨진 자산(hidden asset)을 찾아 핵심역량을 새롭게 정의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마블 코믹스의 경우 겉으로 드러난 자산은 ‘만화책’이지만 숨겨진 자산은 ‘캐릭터와 스토리’였다. 마블 코믹스는 단순한 만화를 만드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정상급의 마케팅 역량을 갖춘 콘텐츠 기업인 것이다. 마블 코믹스처럼 사업 기회의 근간이 되는 핵심 역량은 기술, 유형 자산, 브랜드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통해 얻게된 핵심 역량은 지속적 성장과 성공적 미래를 책임질 신규 사업 추진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