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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모델

[비즈니스모델] 투명한 가격정책으로 혁신을 가져온 '에버레인'

비정상적인 가격구조를 혁신한 에버레인

 
캐나다의 컨설팅회사 '오루크그룹(O'Rourke Group Partners)'이 폴로 티셔츠의 원가를 계산했다. 15,600원짜리 폴로 셔츠의 원가는 원단 및 재단비용 4,100원, 제조간접비 80원, 인건비 130원, 운송비 및 관세 1,150원, 공장마진 650원, 구매대행업체 200원이다. 제조 및 운송비용은 최종판매가의 1/3수준이고, 도소매상이 판매가의 2/3에 해당하는 9,290원을 가져간다(물론 도소매과정에서 인건비, 물류비, 재고비 등이 발생한다). 단순수치로 보면 제조공장은 650원의 수익을 챙기고, 노동자는 판매가의 1/10도 안되는 130원을 가져간다. 제조공장은 직원의 5배를 벌고, 노동자는 구매대행 업체보다 적은 돈을 버는 구조이다.

<The True Cost>는 이런 비정상적인 유통구조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원단의 실제가격, 옷을 만들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것 등 패스트패션이 뒷모습이 담겨 있다. 이런 모습은 국내라고 다르지 않다. 동대문에서 제조된 의류가 유통되어 판매될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최종소매업자이다.

의류산업은 제조가격보다 디자인, 브랜드, 가격을 중심으로 유통, 판매, 마케팅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 의류산업을 혁신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센프란시스코에 있는 디지털 럭셔리 의류 디자인 제조업체 에버레인(Everlane)이다. 에버레인은 중간 판매 단계를 과감히 생략하면서 제품단가를 줄였다. 문제를 숨기기보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재창출함으로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한 사례이다. 투명한 의류산업을 꿈꾸는 에버레인은 누가 디자인하고, 누가 만들며, 왜 이가격인지 등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에버레인 유넥 티(U-neck tee)는 원재료비 3.97달러, 인건비 3.5달러, 운송비 11센트로 총 비용은 8달러 정도이며, 에버레인에서는 1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기존 소매업체의 판매가가 45달러라는 것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기존 규칙을 따르지 않는 에버레인

 
에베레인은 전통적인 비즈니스구조를 따르지 않고 있다.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제조공장에서 의류를 제조한 후 온라인에서 직접 판매한다. 기존방식과 차이점은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사진이나 가격과 같은 정보뿐만아니라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생산비까지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이다. 향후 회계감사 내용도 공개할 예정이다. 공급처, 가격구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의류산업의 관행을 혁신하고 있는 것이다.

에버레인은 유니클로, 자라 등 패스트패션과 달리 '양보다 질'을 중시하며 슬로우패션을 표방하고 있다. 생산하는 의류 등의 품목수를 줄이고 홍보를 적게하는 대신 고급원단을 사용하여 양질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본적 요소인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마케팅 접점이 되어왔던 매장을 없애고,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해 온 광고도 없애고, 호객의 기본인 할인이벤트를 하지 않는다. 에버레인은 2011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16년에 1,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역성장의 공포가 불고 있는 패션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이 된 것이다.  

물론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힘이 에버레인에게 큰 기회요인이었다. 투명성을 앞세운 에버레인에 미국 밀레니얼(Millenials) 세대는 열광했고 스스로가 홍보대사가 되어 끊임없이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를 두고 트렌드 분석업체 스타일러스는 '미국 백화점에서 사라져버린 밀레니얼 소비자가 진정성 있고 독창성 있는 에버레인과 같은 기업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광고는 그럴 듯 하지만 그 내용이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셋톱박스 형태의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를 사용해서 광고를 시청하지도 않으며, 페이스북이나 뉴스 웹사이트에 있는 광고 배너를 보는 것 조차도 즐겨하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 중, 33%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전에 블로그의 리뷰에 의존한 반면, 3%이하만이 TV뉴스, 잡지 등에 의존한다. 과거 세대들은 이들 전통적인 매체에 의존한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 미디어를 더욱 중요시하며,  또래들이 만든 콘텐츠를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는 소비자가 공급자 역할을 하는 시대이다. 최근 이랜드가 알바생 인건비를 지불하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윤리적 선택을 회피하는 거대 기업들에 대항하여 소비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충족시켜 나갈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 아닌, 에베러인과 같이 기존 기업의 모습을 답습하지 않은 새로운 시작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에버레인처럼 온/오프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고객 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를 접목함으로써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판매를 넘어 정보공유처, 놀이터, 참여 및 교류공간 등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에버레인의 CEO 마이클 프레이스만의 말처럼 “모든 소비자들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점점 이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 숨긴다고 숨겨지는 시대가 아니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와 함께할 때 선택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