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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따라잡기

[기본에 충실한 마케팅] 마케팅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전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마케팅 활동 = 영업, 판촉
 
"신제품을 출시 했는데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나요?", "요즘은 어떤 마케팅이 효과적인가요?"처럼 마케팅을 광고, 홍보, 영업, 판촉활동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광고, 홍보, 영업, 판촉활동은 마케팅 활동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마케팅 활동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전부터 시작된다. 목표로 하는 고객층의 숨어 있는 욕구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후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신뢰관계를 강화함으로써 꾸준히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고객의 숨어 있는 욕구파악
 
고객의 숨어 있는 욕구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기사회생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악기제조업체 야마하다. 야마하는 1897년에 설립되었으며 20,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있다. 1980년에 연간 30만대였던 어쿠스틱 피아노 출하대수가 2017년 현재 15,000대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 야마하는 2004년 이후 14년만에 최고 이익을 갱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쿠스틱 악기시장 축소, 글로벌화에 따른 악기제조 업체 경쟁심화, 중국 Pearl River사 등의 저가격 공세에서 달성한 수치라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야마하는 매번 승승장구 했던 것이 아니다. 반도체 불황으로 1998년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2008년, 2009년, 2011년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매출이 3분의 2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악기시장과 음악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악기시장은 3% 정도 성장하고 있고, 음향산업의 성장률도 8%에 그치고 있었다. 

외부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음에도 내부적으로는 정통 어쿠스틱 피아노 외에는 피아노로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기술만 좋으면 판매될 수 있다는 마인드가 팽배했기에 야마하의 미래가 밝지는 않았다.

침몰할 것만 같았던 야마하를 살린것은 2013년도에 취임한 나카타 타구야 사장이다. 나카타 사장은 과거와 달리 기술이 좋다는 것만으로 물건이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고객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기술보다는 잠재수요를 파악하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판단했다. 이에 나카타 사장은 ‘고객이 피아노라고 정의하면 그것이 피아노다’, ‘고객은 기술이 아니라 가치를 산다’라는 새로운 고객 관점을 주입하는데 주력했다. 전자피아노도 고객이 피아노라고 생각하면 피아노가 되는 것처럼,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까지 야마하 내부에서는 어쿠스틱 피아노 이외는 피아노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기존의 틀을 깨는 사고방식이었다.


기술과 생산에서 마케팅 사고방식으로
 
기술과 생산중심의 야마하는 각 제품마다 마케팅전략을 총괄하는 마케팅 부서를 신설한 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제품을 만든 후에 영업 등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니즈를 파악한 후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P-45'를 들 수 있다. 'P-45'는 피아노를 치고 싶어도 높은 가격 때문에 주저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 초보자 입문형으로 만든 30만원대(3만엔) 전자피아노이다. 야마하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 이었다. 

음량을 조절할 수 있는 연습용 피아노 ‘사이렌트(Silent)' 시리즈도 큰 인기를 얻었다. 아파트 등 주택 밀집지역 거주민을 대상으로 수요를 파악한 결과 이들은 이웃에게 방해될 것이 염려되어 피아노 구매를 꺼렸다. 그래서 보다 작은 소리로 연주를 할 수 있는 연습용 피아노 ‘사이렌트(Silent)’ 시리즈를 선보인 것이다. 이처럼 고객의 관점에서 설정한 상품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생산자 중심에서 고객으로 관점을 기업 체질을 바꾼 후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는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성능 제품을 투입하고,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는 기능을 줄여 가격을 낮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역별로 주력제품 및 판매가격을 달리하는 현지화 전략을 통하여 일본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야마하 내부에 축적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신규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추진 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야마하는 소리와 음원으로 사업분야를 한정하고, 악기 제조, 음향, 장비, 음향 관련 산업 장비 및 부품을 3대 핵심 사업 영역으로 선정했다.

‘악기 제조’사업은 연간 3% 정도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포화시장으로 극적인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야마하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음향장비사업'은 향후 8% 성장으로 매출증대를 견인하며 ‘악기제조’ 분야를 보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야마하는 2014년 미국의 앰프, 레코딩 기기 제작업체인 라인식스(Line 6)사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 M&A를 추진했다.

‘음향관련 산업장비 및 부품’사업은 미래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차량장비, 헬스케어 등 차세대 산업에 디지털 음향기술을 적용한다. 야마하는 이미 악기의 목재 및 금속 가공 기술을 활용하여 스위치 조작음, 과속을 방지하는 유사 가속 소음 등 다양한 ‘소리’관련 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수면의 질을 높이는 쾌면 소리, 혈액 순환과 호흡 소리 측정을 통한 건강 진단 등 다양한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라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상대도 나만큼 지식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으로 기업의 제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품 개발자들은 소비자들도 자신들처럼 첨단기능을 능숙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착각해 신제품을 개발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신제품 관련 고장신고 중 대부분은 실제 제품의 고장이라기보다는 사용방법을 몰라서라고 한다. 소비자는 기업만큼 제품에 관심이 없음에도 기업들은 연일 새로운 것을 추가하느라 여념이 없다. 집에서 사용하는 TV리모콘 중 실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떠올려보면 상황을 이해하기 쉽다. 제품을 만든 후 판매하려 하지 말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시해야 마케팅에서 성공할 수 있다.